노스웨스트 호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노스웨스트 호란?|2020. 9. 30. 13:48

꿈꾸는 세일러, 성소수자알권리보장지원 노스웨스트 호


-       본 글은 편하게 읽으실 수 있도록 셀프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본 글은 2019년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간행물 「조각보자기 Vol.3 특집:건강」에 실린 원고를 조금 더 보완한 것입니다.


Q. 먼저 간단한 단체 소개를 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성소수자알권리보장지원 노스웨스트 호입니다. 이름만 딱 들었을 때는 대체 뭐 하는 단체인지 영 알 수 없지요? 신비주의를 위한 것은 아니고, 포부가 꽤 큰 이름이라 그렇습니다. 노스웨스트 호는 믿을 수 있는 정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공개하고 교육하는 정보 공개 및 교육 단체에요.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밤이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우리가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원할 때 전문가를 바로 찾으면 되지만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그것조차 쉽지 않죠. 그래서 전문가를 신뢰하는 것으로 돌아가자, 믿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내고 대중과 전문가를 교육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단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구성원은 현재 항해사와 기관사, 이렇게 둘이구요. 비즈니스 파트너입니다!


Q. 노스웨스트 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시작은 정말 간단하게 정보가 없어서였어요. 퀴어 친구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찾아보니 서울이 아니면 대체 어느 병원을 가라고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는 거죠. 정보의 바다 속에 살고 있는데, 막상 쓸 수 있는 것이 없다니 이게 말이 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노스웨스트 호의 가 배라는 뜻인데,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요. 언제까지나 여러분과 함께 항해하며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찾아 전달하는 배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2018 3 29일에 처음 출항하여 트랜스젠더의 날(3월 31일)에 첫 프로젝트를 공개하였으니 이제 갓 두 살 조금 넘은 배랍니다.


Q. 어디서 노스웨스트 호의 활동을 찾아볼 수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트위터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구요, 정보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보시기 편하게 티스토리 블로그도 만들어 자료 보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주소는 다음과 같아요.

트위터 : https://twitter.com/northwest_db

티스토리 블로그 : https://theshipnorthwest.tistory.com

메일 : northwest0329@gmail.com

트위터 디엠이나 저희 메일 등으로 언제든 운영과 관련된 의견 받고 있답니다.

 

Q. 퀴어프렌들리 상담센터나 정신과 목록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노스웨스트 호의 이름을 아신다면 아마 퀴어프렌들리한 상담센터와 정신과 목록을 작성하는 단체라고 알고 계실 확률이 높아요. 저희가 단체를 만들고 시도한 첫 프로젝트니까요. 의료와 상담을 처음으로 정한 이유는 정신 건강이 삶의 아주 많은 부분을 좌우하며, 실로 매우 시급한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전문가를 접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개되어있는 정보 중 신뢰도가 떨어지는 정보가 제일 많기도 하구요

 의료와 상담은 전문가가 될 때 이미 내담자 또는 환자의 성별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성 등과 상관없이 진료/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배우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자꾸 불신이 생겨나요. 근데 언제까지고 전문가 못 믿는다고 지금 당장 아픈데 안 갈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제보를 받아 목록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1차 목표를 어떤 곳이 있는지 공개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면, 이 다음은 교육을 만들어서 전문가와 대중을 모두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퀴어프렌들리 여부가 반드시 진료 또는 상담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아요. 아주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안 지켜지고 있어서 그렇지 좋은 곳인지는 또 따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라 목록이 충분히 확보되고 나면 교육 등을 활용해 보다 자세한 검증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Q. 자료를 보니 퀴어프렌들리 후보도 있던데 그건 무엇인가요?

A. 퀴어프렌들리 후보 병원/상담센터는 사자들이 내담 시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서 퀴어 프렌들리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추천하고 싶은 좋은 경험을 했던 곳이에요. 퀴어프렌들리라고 알려진 좋은 병원 또는 상담센터에 가보면 내담자가 몰려서 제때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치료자가 소진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일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여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퀴어프렌들리 교육 등을 받거나 할 의향이 있는 좋은 전문가들을 미리 알아두는 자료가 되기도 하구요. 이 중 몇몇은 퀴어 당사자가 방문하여 커밍아웃을 하고 퀴어프렌들리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반가운 일이지요.


Q. 앞으로는 그럼 어떤 일들을 해나가실 건가요?

A. 미래에 대한 많은 계획이 있는데, 그 중 꼭 빼놓을 수 없는 프로젝트가 바로 트랜스의료입니다. 퀴어 내에서도 가장 의료 부분에 대한 수요가 큰 집단이 트랜스젠더에요. 호르몬 치료, 외과수술 그리고 그 뒤의 케어까지 정말 많은 부분에서 전문적인 의료자원이 필요한데 여전히 수도권 중심적으로, 그리고 비밀리에 커뮤니티 안에서만 공유가 되지요

 그리고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꼭 트랜지션이 아니더라도 병원을 방문해서 문진을 하는 첫 순간부터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호르몬의 경우 정신과 진단서가 우선적으로 필요한데, 이것도 모든 정신과에서 다 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다 하지 않거든요. 호르몬 주사도 1차의료에선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렇지 않구요. 그리고 우울증 등을 밝히면 트랜지션 진행이 어렵다.’는 말이 돌면서 당장 급한 정신건강 문제를 숨기기도 해요. 주사를 암거래하거나, 피임약을 대신 먹는 경우도 있어요. 조사하면서 실제 성형외과 등에서 솔직한 후기를 고소하기도 한다는 걸 듣고 놀라기도 했구요. 앞서 설명한 사유나 법적 문제 때문에 병원 이름이 초성으로만 돌기도 해서 처음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저희도 늘 초성퀴즈 맞추듯이 병원 이름을 알아가거든요. 그 동안 빠른 정보 공개를 요청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준비하면 할 수록 체계적으로 해야 탈없이 잘 될 거라는 생각이 커졌어요

 먼저 전문가트랜지션 의료와 관련한 다양한 의학지식, 임상 케이스 등을 학습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담자 또는 환자의학적인 변화를 충분히 숙지하고, 생의 보다 먼 미래를 생각해야 해요. 트랜지션 이후에는 어떻게 살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하구요. 지금도 그냥 트랜지션 과정을 마법처럼 여기고 이것만 하면 생의 모든 문제가 사라질거라 생각하시는 분도 많은데, 좀 더 생을 길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생은 계속되니까요. 그리고 담당 전문가에게 솔직한 것도 중요해요. 문제가 생겨도 숨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러한 변화들을 커뮤니티 내에서, 또 전문가 집단에서, 그리고 교육 등을 만들고 자원을 찾아내는 노스웨스트 호 같은 단체와 함께 점진적으로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같이 도와주실 것이라 믿어요.


Q. 단체 일을 하면서 어려우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전문가 선생님들의 참여가 적어요.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저희가 달려 갈 텐데, 저희가 상담 전문가나 의료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전문가 네트워킹에 쉽게 참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전문가 선생님들의 의견도 듣고 싶고, 저희도 더 전문성을 갖춰가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아서 유용한 정보가 많아도 전달이 안 되는 것이요. 그래서 올해와 내년에는 우선 지금 활동하는 단체나 구성원들에게라도 저희가 하는 활동이 좀 알려져서 누구든 계신 곳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끝으로 하고 싶으신 인사가 있다면?

A. 배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계정을 만들어 첫 정보를 띄우던 날을 기억합니다. 넘실거리는 정보의 바다 앞에 쭈그려 앉아 작은 종이배를 띄우며 누군가에게 반드시 닿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던 그날의 두근거림. 많은 분들이 곁에서 뜻을, 마음을, 응원을. 그리고 정보를 보태어주신 덕에 이제 종이배는 작은 조각배가 되었습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건강하게 늙어갈 권리, 아플 때 좋은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지요. 그리고 그 모두에는 성소수자가 있습니다. 언젠가 이 배에서 내릴 마지막 날,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해져서 더는 누구도 힘들지 않은 그런 날 시원하게 웃으며 배를 보내주고 싶어요. 그날까지 서로의 밤바다를 지켜가며, 저기 행복 언저리까지 함께 항해하고 싶습니다. 잘 부탁 드려요. 바다에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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